조회 수 53 추천 수 0 댓글 0
Atachment
첨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 실종

609a88125f6b58c5f2843d95a2ed0782.jpg올해는 종교개혁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종교개혁은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부패한 로마 가톨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 독일의 비텐베르크 대학교의 교회 정문에 95개조의 격문을 내건 것을 단초로 촉발되었다. 종교개혁을 논할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종교개혁 이전에 부패한 교회 권력에 대항하여 피 흘리며 싸운 선각자들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루터와 동시대의 필립 멜랑히톤, 장 칼뱅, 울리히 츠빙글리, 존 녹스와 같은 걸출한 개혁자들의 이름은 자주 회자된다. 그러나 이들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그 이전부터 개혁을 주도했던 발도, 사보나롤라, 존 위클리프, 얀 후스와 같이 자신을 개혁의 제물로 바친 선각자들이 있었음을 망각하곤 한다.

‘종교개혁(reformation)’이라는 말은 ‘다시 형성하다’, ‘새롭게 만들다’, ‘되살리다’라는 뜻의 라틴어 동사 ‘레포르모(reformo)’에서 나온 말이다. 종교개혁자들은 기존의 신앙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종교와 교리를 창조하려고 시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잊어버렸던 것을 되찾아 내는 재발견자로서 자신을 기억했다.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복음의 재발견’에서 출발했다. 다시 말해 잊어버린 것은 복음의 정신이었고, 그 복음의 정신에 따라 살아가려는 실천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개혁자들이 좌우명으로 삼았던 표어가 “개혁된 교회는 언제나 개혁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였다. ‘개혁’은 현재진행형으로써 부단히, 자기 자신을 반성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현시대는 ‘개혁’이 절실하지만, ‘개혁’이라는 말처럼 쉽게 남용되는 표현도 없을 것이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변화와 혁신에 따른 교회의 변신을 개혁과 혼동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나아가 개혁의 주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허다하다. 프로테스탄트 교회는 개혁의 주체가 아닌, 언제나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스스로를 성역(聖域)이요 무풍지대인 것처럼 여긴다면, 이미 그 교회는 복음의 정신에서 벗어나 있다. 오늘날 교회 안에 범람하는 거짓 예배, 위장된 교훈, 잘못된 확신, 그리고 헛된 열심이 사람들로부터 각광받는 요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복음의 정신에서 비켜 간 것이라면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기독교 신앙은 끊임없는 자기성찰과 비판을 요구한다. 개혁은 무엇보다도 구태와 관행에 대한 냉철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교회가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다’고 강단에서 공식처럼 외치고 있는 동안 제대로 된 믿음이라면 함께 연동해야 하는 ‘실천’은 유실되었다. 여기서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율법 종교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베푸신 차고 넘치는 은혜에 대한 인간 편에서의 자연스런 응답으로써 실행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행함으로 온전케 되는 믿음이다.

작금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서 구원 사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끄는 역동적인(dynamic) 믿음과 실천적(practical) 영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결국 정적(static) 개념 안에 갇힌 채 박제된 믿음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하나님의 부르심 이후 믿음을 통한 칭의(justification)만을 강조한 나머지 그 이후에 필연적으로 이루어가야 하는 성화(sanctification)와 영화(glorification)의 과정(롬 6:19, 8:30)은 생략한 ‘반쪽 복음’을 가르쳤다. 이러한 신학적 오류는 교회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믿음을 통한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거룩한 삶의 시작이자 거룩한 삶을 이어가는 비밀이다. 이제 교회는 이 땅에서 두렵고 떨림 가운데 이루어가는 구원(빌 2:12)의 온고잉(ongoing) 프로세서를 강조하면서 성숙한 크리스천들을 양육해야 할 것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한인교계는 너무 조용하다. 한국교회 안에서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기념행사에 대한 논의와 준비가 기관별로 교단별로 한창인 것에 비하면 미주지역 한인교계는 어떤 구체적인 논의도 준비도 없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교회의 전반적 위기상황에 대한 인식과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고 누구나 의견을 개진하지만 정작 개혁을 위한 실제적인 해법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때 교단과 교파를 초월하여 종교개혁의 의미를 함께 되살릴 수 있는 뜻 깊은 연합행사를 통해 서로 협력하고 하나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준비하기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한인교계가 종교개혁 500주년이 지닌 다채로운 의미를 되새기고 계승할 수 있는 기념행사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준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1. <시론> 이상명 목사 - 종교개혁 500주년 기...

    Date2017.01.13 ByPTSA Views53
    Read More
  2. [신년 메시지- 이상명 총장] 그럼에도 불구...

    Date2017.01.13 ByPTSA Views42
    Read More
  3. <시론> 이상명 목사 - 트럼프, 대통령 당선...

    Date2016.11.12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90
    Read More
  4. <시론> 이상명 목사 - 목회자의 페르소나

    Date2016.10.18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71
    Read More
  5. <시론> 이상명 목사 - 의심의 여백을 용인하...

    Date2016.10.18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84
    Read More
  6. <시론> 이상명 목사 - 적색 은총과 녹색 은총

    Date2016.10.18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37
    Read More
  7. <시론> 이상명 목사 - 회개에 관한 단상

    Date2016.10.18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46
    Read More
  8. <시론> 이상명 목사 - 불가능한 가능성(Impo...

    Date2016.06.17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209
    Read More
  9. <시론>이상명 목사 - ‘하이컨셉’, ‘하이터치...

    Date2016.05.24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441
    Read More
  10. <시론> 이상명 목사 - 유사 복음과 잡탕 영...

    Date2016.03.14 ByPTSA Views294
    Read More
  11. <시론> 이상명 목사 - 지카 바이러스, 인류 ...

    Date2016.02.17 ByPTSA Views354
    Read More
  12. 이슬람국가(IS)의 실체와 크리스천의 자세

    Date2016.01.07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205
    Read More
  13. <신년사>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영원을 살아가...

    Date2016.01.07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164
    Read More
  14. CWiB 특집 다큐 : 이상명 박사와 함께 하는 ...

    Date2015.12.19 Category동영상 ByPTSA Views175
    Read More
  15. "일제가 남긴 민족적 상흔과 그 기억의 의미"

    Date2015.09.04 Category기고글 ByPTSA Views33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