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파송율 역사상 처음 '제로 성장'…충격 
세계선교협의회 한인선교사파송현황 통계 발표 분석
파송ㆍ은퇴 합쳐보니 제자리걸음
교회 재정 어렵다 보니 파송 힘들어

전시성ㆍ과시성 선교에 치중한 결과
선교적 자원 개발 및 인력양성 실패

젊은층 선교사 지원 감소도 원인
'허수 빼기' 통한 본모습이란 의견도 


한인은 정말 선교에 열정적일까.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한인 선교사 통계가 발표됐다. 9일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한인 선교사 파송 현황'과 관련 최신 통계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현재(2016년 12월 말 기준) 한인 선교사는 172개국에 2만7205명이 파송됐다. 문제는 선교사 파송 숫자가 선교 역사상 처음으로 제자리걸음을 기록했다. 신임 선교사 파송 증가와 은퇴 선교사 등을 모두 종합한 결과 결국 '0명' 인 셈이다. 그동안 한국은 선교 강국으로 불렸지만, 이번 통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전임 선교사(full time) 파송 숫자 증가율 '0%'. 이번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던 일이라는 게 선교계의 중론이다.

선교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선교의 본질이 흐려지고 전시성 선교에만 치우쳐 있는 현실을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었다"며 "그동안 많은 교회와 선교 단체들이 '숫자'나 성과에만 몰두하다가 비로서 그 민낯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연도별 전임 선교사 파송은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였다.

미주지역 한인교회는 4300개 이상, 한국에는 6만여 개의 교회가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15년 전임 선교사 파송 숫자는 총 528명에 그쳤다. 10년 전(2006년ㆍ1578명)에 비하면 무려 60% 이상이 감소했고, 전체 교회 숫자와 비교하면 증가율은 1%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우선 전임 선교사 파송이 줄어든 것에 대한 표면적 원인으로는 각 교회의 '경제적 이유로 인한 재정 상태 악화'가 꼽힌다.

그동안 전임 선교사 파송을 주도해왔던 대형교회들의 무리한 건축 추진으로 인한 채무 증가, 교인 감소 등으로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면서 그 여파가 선교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이상명 총장은 "교회의 위기가 곧 선교의 위기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교회마다 예산이 줄고 있고 심지어 신학교에 대한 후원금도 축소 내지 지출을 줄이는 상황인데 경쟁적으로 선교 전략을 폈던 교회들이 이제는 여력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교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예로 미국 최대의 남침례교단의 경우 경기침체와 교세 위축 등으로 인한 재정난 극복을 위해 최근 해외선교사의 15%를 줄이는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선교계에서는 이번 통계 결과를 두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미주선교단체협의회(KAMA) 김정한 목사(회장)는 "사실 그동안 선교는 교회 성장의 방편 및 일환으로 이용된 부분이 있고 과시성 선교로 변질되다보니 폐해의 열매가 이제 나타나는 것"이라며 "선교 리소스 개발도 없었고 선교적 전략 기반도 약했다. 선교사가 되려는 젊은 지원자가 급격히 줄었고 교회는 선교사를 파송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느덧 한인 선교 역사는 30~40년에 이른다. 이제는 초기에 파송됐던 선교사가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서 선교계 곳곳에서는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는 20~30대 젊은층의 선교사 지원 감소, 지역교회의 선교 참여 저조 및 선교에 대한 무관심 등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한 교계 관계자는 "이번 '제로 성장' 통계를 두고 내부에서는 선교단체들의 '허수 빼기'가 작용했기 때문에 그동안 과대포장됐던 한인 선교 현실이 이제야 비로소 제모습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선교에 대한 총체적 재고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하다"며 "이제 한인 선교의 패러다임은 '양적 선교'에서 '질적 선교' 또는 성숙한 선교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 소속 회원 및 비회원 등을 망라한 총 229개 단체와 소속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23개 단체는 허수 정리 등을 통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고 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선교활동과 무관한 일을 하고 있거나 병가 등의 개인 사유로 휴무 중인 선교사, 단기선교사(2~3년) 등 411명을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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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하면 위기 극복할 수 있다"

교회ㆍ선교단체 협력해야
"전문성 갖추고 인재 기르자"


한인 선교는 정말 위기일까.

선교계에서는 '제로 성장'이라는 충격적 결과를 두고 이제는 '지역교회(local church)'와 '선교단체(para church)'간의 협력과 균형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하고 있다.

교계 관계자들은 "이번 통계를 통해 선교 전략 부재에 대해 고민하고 보다 선교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 각 단체의 협력을 통한 전략적 균형을 맞추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주선교단체협의회 김정한 목사는 "그동안 일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채 인원 동원력만 앞세운 선교가 주를 이뤘다"며 "이제는 지역교회가 선교단체들과 보다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갖추고 효율적인 선교를 위해 전략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교를 위한 인재 양성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미주장신대 이상명 총장은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그런데 교회들은 경쟁적 선교에만 치중했지 선교 현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모니터링도 부족했고 선교의 전략적 부재가 심각했다"며 "이제는 교회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선교를 위해 인적 자원 양성에 집중함으로써 글로벌 세계관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자꾸 선교지로 나갈 수 있게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풀러턴 지역 은혜한인교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60개국에 290여 명의 선교사를 파송 및 지원하고 있다.

이 교회 한기홍 목사는 "개교회가 홀로 선교를 감당하기가 힘들다면 주변 교회와 연계해서 선교를 해야 한다. 우리 교회도 몇몇 교회와 함께 연합 사역을 하고 있다"며 "더구나 이민 교계에는 이중언어와 국제적 감각을 갖춘 1.5세나 2세 자원이 풍부한데 이들이 선교적 사명을 가질 수 있게 돕는 것도 이민교회에 주어진 역할"이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기사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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